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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기./여행

9월의 어떤 괴담.


이 이야기는 경상북도 대구에서 전해 내려오는, 한 겁많은 청년의 이야기 입니다.



때는 바야흐로 XXXX년 9월.
여름의 숨결이 아직 남아 있으나(아~아아~아~히~~~) 밤이 되면 가을의 선선함을 느낄수 있는 그런 계절에.

대구의 한 마을에 자전거를 좋아하는 청년이 있었다.

청년 : 오늘은 도원중학교에서 자전거를 타고 산을 올라, 능선을 타고 수성못쪽으로 떨어지는 코스를 타야지. ㅎㅎ
        지도에도 길이 보이는 걸 보니 아마 임도길인듯 한데 ㅋㅋ
        가는 길에 혹시 모를 김밥과 물도 좀 사고 ㅎㅎ

몇 주 전부터 꼭 가보고 싶던 청년은 드디어 실행에 옮기는데...

청년 : 김밥은 샀고, 어디...가는 길에 마트나 슈퍼같은게 나오겠지 ㅎㅎ

눈앞에 편의점이 있었으나 김밥값이 무려 1,300원이었기에 청년은 할인마트에서 사기로 한다.
옆에 한 할아버지가 휙 하니 지나간다.

청년 : 뭐. 빨리 달리는게 능사는 아니니까^^ 아마 업힐을 올라갈땐 내가 더 빠르겠지^^
        자전거를 탈 땐 이렇게 주위를 감상하며 느긋하게 가야되. 이게 자전거의 묘미아니겠어?? ㅋㅋㅋ

잘 닦인 자전거 도로를 달리며 대구 스타디움을 지나간다. 이윽고 산길의 입구인 덕원고등학교 건물이 보인다.

청년: 오!! 다 왔네. ㅎㅎㅎ 어디보자... 슈퍼가... 없네;; 이런;; 물좀 아껴 마셔야 겠네... 임도니까 그렇게 목이 마르거나 
        하진 않겠지^^

청년은 지도에서 본 입구를 찾아 주차장으로 들어선다.

청년 :  에~ 첨부터 계단이네..(덜컹 덜컹) 와 계단 진짜 많다;; 계단이 2~3개씩 띄엄띄엄 길게 있네;; 
        자전거 들고 가는것도 일이다;;

계단이 끝나고 본격적인 길이 시작된다.

청년 : 아;; 생각과 다르게 싱글길이네 ㅠㅠ

그래도 조금 평탄한 길이라 청년은 쉽게 자전거를 타고 간다. 금세 갈림길이 나오고, 잠시 고민한 뒤 
무덤사이로 나 있는 길을 올라간다.

청년 : 우왓! 여기는 도저히 타고 올라갈 만한 경사가 아니다;; 아까 봤던 그 내리막 길일지도 몰라.

아까 고민했던 그 내리막 길로 간다.

청년 : 헐~ 뭐야 여긴가보네. 이 길 말고 저기 굴다리로 오면 바로잖아 뭐야 ㅋㅋ
       엇 뭐야; 막다른 길이네;; 워;; 폐가 같다... 빨리 돌아가자

다시 왔던 길로 돌아 아까의 그 주차장으로 돌아오게 된다. 그리고 잠시 한숨을 돌린뒤 
안내표지판을 본다.

청년 : 아까 그 길은 자전거로 다닐 길이 아닌가??...내가 길을 못 찾은 건가... 어쩔수 없지뭐. 욱수지쪽으로 가서
        진밭골에서 옆으로 가지 뭐.

그렇게 주차장을 나온다.

청년 : 어? 여기도 길이 있네?? 오 알맞게 험해 보이는데 ㅋㅋ 이리로 가 볼까 

등산객들 사이를 지나 몇분정도 왔을까. 집에서 지금 두시간동안 쉬지않고 자전거를 타거나 걷거나 했다.
지칠대로 지친 청년은 수분보충겸 원활한 라이딩을 위해 잠시 휴식을 취한다.

청년 : 휴~ 평소대로라면 아무것도 아닌 길인데... 오늘 좀 무리했나...예상대로의 길로 가고 있었다면 지금 신나게 
        달리고 있었을텐데 말이지. ㅋㅋㅋ

또 한 5분여를 달리다, 계단을 맞닥드린다.

청년 : 에고... 오늘 좀 체력소모가 크네...휴~ 계단 끝났다. 좀 제대로 휴식을 취한 다음 올라가야지. ㅎㅎ

그리고 약 십여분의 휴식으로 다시 자전거에 올라 탄다. 

청년 : 돌이네... 좀 긴데...어어어! 에휴. 끌바네 ㅠㅠ

경사는 그리 심하지 않았지만 널부러져 있는 돌때문에 도저히 자전거로 타고 갈 수 있는
여건이 되지 않았다. 

청년 : 가다가 길 좀 좋아지겠지^^

등산길은 돌무더기와, 계단의 연속이었다. 가끔 평탄한 길이 나왔지만 아주 짧은 구간이었고, 
그렇게 청년은 계속 자전거를 끌고 하염없이 갔다. 이 길로 가면 '욱수정'이라 적힌 정자가 나오리라 믿으면.

청년 : 하긴...진밭골 갈때도 꽤나 업힐이 있었는데...

등산객 : 다 왔다~

청년 : 오오 드디어!! ㅠㅠ

눈앞에 정자가 보였다. 하지만 평소 보았던 그 풍경은 아니었다.
안내판이 눈에 들어 왔다. 

청년 : 여기가 아니잖아. ㅠㅠ 어디보자..진밭골 2.7km 헐~ 2.7이나 더 가야되 ㅠㅠ

오른쪽 숲이 우거진 길로 간다. 꽤 가파르다. 결국 또 자전거를 끌고 가는 청년. 업힐이 끝나고 잠시 앉아
물과 김밥으로 배를 채운다. 하지만 물이 이내 다 떨어지고 목이 막혀 김밥도 몇개 못 먹는다.
이윽고 해가 지고 라이트를 켠다. 얼마전 거금을 들인 라이트가 큰 효과를 발휘한다.
다시 갈림길이 나오고 표지판이 있다.

청년 : 진밭골 2.1km. 한참 걸었는데 600m밖에 못 왔네.. 해지고 무서운데. ㅠㅠ

이제부턴 길이 조금 평탄하고 내리막이 많아 자전거를 탄다. 한참을 가다.

(부스럭)(부스럭)
청년 : 뭐지??

그 소리는 계속 따라 온다. 혹 멧돼지일까 겁먹은 청년은 라이트를 소리가 나던 쪽으로 비춘다.
빛에 놀라 도망가 주길 바래서 였다.
그리고 다시 달려 갈림길. 

청년 : 진밭골 0.6km네 오 그래도 타고 오니까 금방 왔네 ㅎㅎ 이제 금방이겠네 ㅎㅎ

하지만 들뜬 마음도 잠시. 앞의 길은 심한 경사도와 계단으로 인해 자전거를 아에 들고
갈 수 밖에 없었다. 체력은 고갈되고 쉬고 싶었지만 한시라도 빨리 이 무서운 곳을 빠져
나가고 싶은 청년은 바로 출발 한다. 

청년 : 후~ 후~ 내가 헉헉 두번다시 욱수골은 오지 않으리. 진밭골도 후~ 안가!
        얘는 또 왤케 안 올라가!! 바퀴 크잖아! 쫌! 헉헉

애꿋은 자전거에게 화풀이 한다. 기어코 정상에 다달아 다시 자전거를 타고 내려간다. 
급경사의 내리막에 대한 두려움보다 언제 맷돼지를 마주칠지 몰라 그냥 타고 달린다.
또 소리가 난다. 이번엔 소리가 멀어지기에 안심한다. 그러자 이번엔 반대쪽에서 소리가 난다.
다시 불을 비춘다. 그러나 이내 금방 페달을 다시 밟기 시작한다. 혹 불빛에 멧대지가 비춰지기라도
한다면 더 무서울 것 같기에...

드디어 눈앞에 정자가 보인다. 다 온 것이다. 그런데 이제껏 보지 못했던 건물들이 보인다.

청년 : 와~ 원래 저 길은 끌고 내려오는 길인데 그냥 타고 와버렸네. ㅋㅋㅋ 어? 근데 못보던 
        건물인데... 그동안 안 온 사이에 만들었나보네. ㅎㅎ

그리고는 정자를 등지고 내려간다. 하지만 뭔가 평소의 가던 길과는 조금 다르다. 
무덤이 있었던 것이다. 청년은 다시 돌아가 표지판을 자세히 보기로 했다.

청년 : 욱수지네!! 이리로 갔으면 왔던 길로 다시 돌아 갈 뻔 했네!! ㅠㅠ
       큰일 날 뻔 했다.

'진밭길'이라 적힌게 좀 미심쩍었지만, 그래도 마을이 나온다면 그냥 도로를 타고 집으로 갈 생각에 무작정 달렸다.
이윽고 불빛이 보인다.

청년 : 오 불빛이다. 감사합니다. ㅠㅠ 이 길은 욱수정으로 안가고 가는 길목에 합류하네. 그래도
        아는 길 나왔다. ㅠㅠ 집에 간다~~~~

무려 4시간을 헤메인 끝에 드디어 길을 찾은 청년. 이젠 두번다시 욱수정과 진밭골은 가지 않겠다고 다짐한 그였다.






      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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